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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잃어버린 30년, 일본
2020-10-04 13:59:35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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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헤이세이 시대는 아키히토 일왕의 재위기간인 1989년~2019년을 의미한다. 1980년대 말 일본은 자신감이 절정에 달했다. 경제는 호조였고, 내수도 상승하고 있었고, 실업률은 최저수준이어서 청년들의 취업전선도 양호했다. 생활에 다소 여유가 생긴 보통사람들은 제테크에 매달려서 브랜드 상품이나 고급차, 리조트 회원권을 사들였다. 은행과 언론, 상업자본도 내수확대를 명목으로 이런 움직임을 부추켰다.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었고 미래 역시 풍요로울 것으로 믿었다.

 

통화금융정책

1985년, 미국은 대일무역적자가 증가하자 양국 간에 "엔화강세 달러약세"의 기조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환율이 1년 만에 달러당 235엔에서 150엔대로 하락하면서 급격한 엔화강세로 치달았고 일본의 수출산업은 대타격을 입었다. 이때 일본은 경기부양책으로 기준금리를 5.0%에서 2.5%까지 역대 최저수준으로 끌어내렸는데, 금리가 하락하자 시장에 많은 자금이 유통되었고 이때 풀린 돈들이 건강한 소비가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몰렸다. 도쿄의 땅값은 1년 만에 53.6%가 올랐고, 주식도 1만대에서 5년 만에 3만대로 올라갔고, 일본경제가 '버블'로 불릴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일본 은행에서는 1986년 가을 금리인상을 요청했지만 2년이나 지난 1989년 5월에야 겨우 금리인상이 시작되었고 이때는 이미 버블이 제어불능의 상태가 된 후였다. 결국 버블이 붕괴하자 파산이 이어졌다.

 

시장의 몰락

1990년 버블붕괴의 쇼크는 금융업의 파산과 "재팬 애즈 넘버원"의 주역이었던 제조업의 붕괴로 이어졌다. 1990년대 세계의 반도체 매출 상위 10개사 중 6곳이 일본이었다.(1위 NEC, 2위 도시바, 3위 히타치) 그러나 2012년의 상위 10개사 중에 남은 것은 도시바 뿐이었다. (1위 인텔, 2위 삼성, 3위 퀄컴) 반도체에서 패배한 일본이 가전에서 승부를 걸려고 했지만 지금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 TV, 백색가전을 지배하는 주류기업은 한국의 삼성과  LG제품이다. 일본의 실패는  TV시대의 종언과 모바일형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를 인식하지 못했고, 1990년대부터 제조업의 수평분업구조가 글로벌 규모로 전개되는 것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종신고용을 미덕으로 생각해왔지만 1995년 일본경영자단체연맹에서 "신시대의 일본적 경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종신고용과 연공임금제를 부정하고 비정규직화를 통한 고용유연화를 주장했다. 1999년부터는 비정규직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극

1990년대 버블이 붕괴하고, 불황이 이어지고, 기업도산이 증가하자 청년들의 취직난이 심화되었다. 많은 청년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취직이 안 되어 대학원에 진학하고, 은둔형 히키코모리가 되어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는 "생활기반이 안정돼 있고, 예측가능성이 높고, 생활목표가 뚜렷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표도달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고 "장래의 생활 파탄이나 생활수준 저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노력해 보아야 헛일이다"하며 체념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 흉악한 범죄, 무차별 살상,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살포, 헤이트스피티, 극우주의의 기승, 자살, 고독사와 같은 음습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실패는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세계사적인 대전환이 시작되었지만 일본은 오일쇼크의 위기를 무난히 극복하자 안도감에 빠져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1990년 이후에 전개된 산업의 글로벌화에 뒤처지게 되면서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내부적으로는 1995년 한신 아와지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사고, 사회적으로는 글로벌 기업들의 도태, 인구감소, 고령화, 비정규직 증가, 지방소멸 위기, 정치개혁의 실패 등 나쁜 것들이 너무 함께 몰아닥쳤다. 일본인들에게 "장차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인가?" 묻자, "그렇다" 7%, "아니다"가 57%였다. 이것이 헤이세이 30년을 지나고 돌아보는 경제 강국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다.

 

<뉴스앤뉴타운 10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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